타데우스 로팍 서울 개인전…추상화가 션 스컬리 개인전 동시 개최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거꾸로 그린 그림'으로 유명한 독일의 신표현주의 거장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그림에는 아내인 엘케와 함께 독수리가 자주 등장한다.
15살 때 처음으로 산 위를 나는 독수리 두 마리를 그린 이후 독수리는 바젤리츠가 지속해서 탐구해 온 소재 중의 하나다.
작가는 "어린 시절의 그림을 들춰보고 독수리 수채화를 찾아보며 독수리를 그려야 할 이유를 나의 과거로부터 찾았다"고 말한다.
바젤리츠의 독수리 작품을 모은 전시가 3일부터 서울 한남동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에서 시작한다.
전시에는 붓 대신 팔레트 나이프(스패출러)를 이용해 중력을 거슬러 비행하는 독수리를 빠르게 그린 그림 4점과 펜과 잉크를 사용한 드로잉 8점이 나왔다. 유화 작품의 색은 파블로 피카소의 초현실주의 회화와 작가의 어린 시절 우상이었던 윌럼 데 쿠닝 등의 작품을 참조한 것이다.
전시작들은 모두 올해 86세인 작가의 신작들이다.
타데우스 로팍 서울은 바젤리츠 전시와 함께 아일랜드 출신 추상화가 션 스컬리(79)의 개인전도 같은 날 시작한다.
선과 블록 모티프를 중심으로 추상을 탐구해 온 작가로, 그의 작업에서는 '장소'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1980년대 멕시코 유카탄을 여행했던 작가는 그곳에서 마야 성벽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켜켜이 쌓여 있는 성벽의 돌, 그리고 그 돌들 사이사이에서 새어 나오는 빛은 색색의 벽돌 같은 모양들이 불규칙하게 배열된 '월 오브 라이트'(Wall of Light) 연작으로 이어졌다.
또다른 연작 '랜드라인'(Landline)은 풀이 무성하게 자란 대지와 수평선의 모습을 담은 사진에서 출발해 수평의 굵은 색선을 여러 차례 반복해 그린 작품이다.
작품 속 색채 역시 작업할 당시의 계절, 대기 등에서 영향을 받는다. 작가는 특히 특정 장소에서 특정 순간에 포착되는 대기를 화폭에 담고자 했던 19세기 영국의 낭만주의 풍경화가 존 컨스터블(1776~1837)의 빛 표현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월 오브 라이트'와 '랜드라인'을 비롯해 두 연작을 결합한 작업들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의 제목은 '소울'(Soul)이다. 작품이 지닌 영혼을 뜻하는 '소울'과 전시장소인 서울의 발음이 비슷한 데서 오는 말장난을 담은 제목이다.
두 전시 모두 11월9일까지.
zitron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03 07:3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