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가마 싣고 도청 앞 시위…"수입쌀이 폭락 원인" 대책 촉구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쌀값이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떨어지자 최근 논을 갈아엎은 강원지역 농민들이 벼 가마를 대량으로 싣고 도청 앞으로 와 시위를 벌이며 쌀값 보장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강원도연맹은 4일 도청 앞에서 나락적재 강원농민대표자대회를 열고 "정부는 양곡관리법 개정을 거부하면서 수급 조절로 쌀값을 안정시키겠다고 한다. 매년 국내 생산량의 10% 넘게 들어오는 수입쌀은 언급조차 하지 않고, 과잉생산으로 가격이 하락한다며 농민 탓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곡 80㎏ 한 가마 가격은 지난해 21만7천552원이었으나 올해 8월 17만7천740원으로 18.3%(3만9천812원) 하락했다.
지난달 30일 철원군 동송읍에서는 철원군농민회 회원들이 올해 농사지은 벼를 갈아엎으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전농 강원도연맹은 쌀값 하락을 두고 "그야말로 역대급 폭락"이라며 "쌀값 폭락은 매년 의무 도입하는 수입쌀 40만8천t이 근본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오용석 전농 강원도연맹 의장은 "2022년 '45년 만에 최악의 쌀값 폭락'을 이야기했는데 올해는 그때를 훨씬 뛰어넘는 쌀값 폭락이 예견된다"고 우려했다.
또 "10월을 넘어 아래 지역에서도 본격적인 벼 베기가 시작되고 수확되면 쌀값이 말 그대로 똥값이 될 처지에 있다"며 "농민들은 노동에 지치고, 마음이 지치고, 이제 더는 농사지을 힘조차 없다고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전농 강원도연맹은 농민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20t 시장격리를 통한 쌀값 안정 도모와 함께 세계무역기구(WTO)와 쌀 수입 관련 재협상을 통한 수입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정의당 강원도당도 "김진태 지사는 더는 수수방관 말고 농민들의 참담한 현실을 정부에 전달함은 물론 쌀값 보장, 농민 생존권 보장을 위한 도정 차원의 노력을 적극적으로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전농 강원도연맹은 벼 가마 20개를 트럭에 싣고 도청 앞에 쌓아두려 했으나 경찰에 의해 저지됐다. 이 과정에서 농민들과 경찰 간 실랑이가 벌어졌으나 큰 충돌은 없었다.
오용석 전농 강원도연맹 의장은 경찰을 향해 "농민들의 마음을 진정으로 헤아린다면 자리를 내어주고, 우리가 무엇을 이야기하러 왔는지 도청 앞 광장을 열어주고, 벼 가마 적재를 정상적으로 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conanys@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04 11:5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