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청·인천공항공사·분당서울대병원 등 합동으로 실시
11월 인천공항 터미널 확장으로 연 3천만명 여객 증가 대비
(인천=연합뉴스) 권지현 기자 = "5일 전부터 발열, 기침에 배뭉침이 있어요. 임신부라 걱정이 되는데 병상 배정까지 오래 걸릴까요?"
감염병 'Pan24 인플루엔자' 발생이 알려진 지 1일차.
전세계에서 환자가 보고되고 국내에도 몇 명이 유입된 가운데 외국발 항공기로 입국한 임신부 탑승객이 인천공항의 검역관에게 발열과 기침 등 의심 증세를 호소했다.
호흡기 증상 외에도 배뭉침을 호소하며 아기에게 영향이 있을까 불안해하는 탑승객과 보호자에게 검역관은 침착하게 마스크와 장갑 등 보호구 착용을 권한 후 공항 내 위치한 해외감염병 신고센터로 안내했다.
"임신부인데 당장 병원으로 이송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언성을 높이는 보호자에게는 감염병 유행 상황과 역학조사 절차를 설명한 후 필요하다면 최대한 신속하게신고센터에서 산부인과 진료가 가능한 감염병전문병원으로 이송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상황은 아니다.
3일 질병관리청과 인천국제공항공사, 수도권 감염병전문병원인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은 수도권 지자체 등과 함께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해외 유입 감염병X 대응 수도권 합동훈련'을 실시했다.
'감염병X(Disease X)'는 코로나19처럼 대규모 유행을 일으킬 수 있는 미지의 감염병을 뜻하는 말로 2018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처음 사용했다. 세계 각국은 감염병 대유행 직후 통계적으로 5∼10년 사이에 또 다른 유행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보고 코로나19 이후의 예정된 위협인 감염병X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날 기자가 참관한 실행 훈련은 가상 국가 '라하마'에서 기존 인플루엔자보다 치명률이 높은 'Pan24 인플루엔자'라는 가상의 감염병X가 발생한 상황을 가정하고 펼쳐졌다.
훈련에는 국립인천공항검역소와 인천국제공항공사 직원 등 31명이 임신부 외에도 기내 발생 유증상자, 미성년 유증상자 등의 역할로 참여해 다양한 실전 상황을 연출했다.
미지의 감염병 확산으로 인한 패닉 상황과 불안 등을 잘 연기한 직원들 덕에 훈련은 '살벌한' 분위기에서 진지하게 진행됐다.
훈련에 참여한 검역관 A씨는 "임신부 탑승객 대응이 매우 긴장됐지만 호흡기 감염병의 특성과 병원 이송 등의 추가 조치를 상세히 설명해 최대한 안심시켜 드리려고 노력했다"며 "훈련에 직접 참여한 건 처음이었는데 감염병 대응 역량 키우기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질병청은 정기적으로 청 또는 검역소 차원에서 검역 대응 모의 훈련을 실시하고 있지만 검역·방역·의료기관이 미지의 감염병 대응을 주제로 가상 시나리오를 짜 합동 훈련을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 훈련은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확장에 맞춰 검역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계획됐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11월 제2여객터미널 확장 운영이 시작되며 연간 여객은 기존 7천만명가량에서 1억명으로 약 3천만명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질병청은 "연간 운항 건수와 입국 여객 수가 증가해 감염병 유입 가능성도 높아지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훈련을 계획했다"고 말했다.
공항 확장 전에 입국 단계에서의 유증상자 검사, 환자와 접촉자 관리, 환자 이송에 이르는 기관별 역할과 대응을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훈련의 연장으로 24일에는 분당서울대병원에서 검역 현장에서 권역 의료기관까지 이어지는 의료 대응 역량 점검 훈련이 이어진다.
훈련에 참석한 최홍석 수도권질병대응센터장은 "연간 승객이 3천만명 늘어나며 혼잡한 와중 유증상자가 많아지는 상황에 대비했다"며 "의료기관·지자체와 서로 어떻게 역할을 나눠 방역을 할지 준비하고, 지금 한 훈련의 결과를 다른 훈련과도 연계해 다가오는 감염병X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fat@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03 14:2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