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기 영향 평가 결과 비교적 일관된 피해 확인…역학관계 충분"
국립환경과학원 의뢰 연세대 원주의과대학 연구진 연구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가습기살균제가 각종 호흡기질환 원인이라는 점이 건강보험 빅데이터 분석으로 재확인됐다.
8일 최근 국립환경과학원이 공개한 '국민건강보험 빅데이터를 이용한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 규명 연구' 최종보고서를 보면 연구를 수행한 연세대 원주의과대학 연구진은 "상기도부터 하기도까지 호흡기에 대한 가습기살균제의 영향을 평가한 결과 비교적 일관된 가습기살균제에 의한 피해를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2020년 기준 가습기살균제 피해 신고자 데이터베이스와 건강보험 청구자료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급성 상기도 염증, 급성 부비동염, 급성 후두염과 후두개염, 비염, 그 외 급성 상기도 염증, 기타 급성 하기도 감염, 상기도의 기타 질환, 만성 폐 질환, 만성 폐쇄성 폐 질환 등 평가한 모든 호흡기 질환과 가습기살균제 노출 사이 역학적 근거에 대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보고서에는 전 국민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활용해 분석한 질환과 연령·출생연도별 가습기살균제의 인구집단 기여분율도 제시됐다. 인구집단 기여분율은 한 집단에서 특정 요인 때문에 발생한 특정 질병의 비율로, 예컨대 20대 폐암의 흡연 기여분율이 30%라면 20대에서 발생하는 폐암의 30%는 원인이 흡연이라는 의미다.
통상 감기로 여겨지는 급성 상기도염의 경우 외래진료와 입원에 있어 남성은 1988년생, 여성은 1993년생을 정점으로 해서 비교적 뚜렷하게 높은 가습기살균제 기여분율과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초과발생이 관찰됐다.
연구진은 "급성 상기도염 입원율이 가습기살균제 판매 시기에 태어난 소아에게서 높게 나타나 특이적인 출생연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만성 폐 질환의 경우 외래진료와 입원에서 1985~2005년생과 2012년생에게서 기여분율이 높았다. 1960~1970년대 출생자만 보면 여성의 기여분율이 높았는데 이는 가습기살균제를 주로 사용한 인구집단이 특성이 반영된 것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만성 폐쇄성 폐 질환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확인됐다.
이번 연구에서 가습기살균제와 급성 심근경색 간 관계 분석도 이뤄졌다.
가습기살균제 수거(2011년) 전후로 남성은 발생률에 거의 변화가 없었지만, 여성의 경우 20~45세에서 상대위험도가 1.005배, 가습기살균제 노출군만 따지면 상대위험도가 1.1배였다. 20~45세 여성은 가습기살균제 수거 전후로 급성 심근경색 발생률이 소폭이나마 높아졌다는 뜻이다.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급성 심근경색 초과 발생 건수는 전체 출생연도를 기준으로 남성은 474건, 여성은 6건으로 추정됐다.
연구진은 "전 국민 대상 분석에서 (급성 심근경색과 가습기살균제 간) 일부 유의미한 결과가 나타났다"라면서도 "급성 심근경색 발생 건수가 적어 통계적 검증에 한계가 있으므로 가습기살균제가 급성 심근경색 발생에 영향을 주는지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정부로부터 피해를 인정받은 사람만 지난달 31일 기준 5천787명에 달한다.
jylee24@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08 06:1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