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무과실 세입자 퇴거금지' 추진…집주인들 "월세 더오를것"

2 months ago 2
김지연 기자

월세 상승세 속 세입자 보호 강화 법안 추진

런던 주택가

런던 주택가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 정부가 과실이 없는 세입자의 강제 퇴거와 연 1차례를 넘는 월세 인상을 금지하는 등 부동산 임대차 제도를 바꾸기로 했다.

11일(현지시간) BBC 방송과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임차인 권리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임차료를 밀리거나 반사회적 행위를 하는 등 과실이 없는 세입자를 소유주가 강제 퇴거하지 못하도록 한다.

집주인이 불만을 제기하거나 사이가 나빠진 세입자를 강제 퇴거시키는 일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 방안은 전임 보수당 정부에서 먼저 제안됐지만, 집주인에 타격이 클 수 있다는 지적을 고려해 추진이 미뤄졌다.

새 법안은 또한 집주인이 집을 임대할 때 미리 받고자 하는 월 임차료를 명확히 게시하도록 하고 그보다 높은 금액에 계약하지 못하도록 한다.

임차 희망자간 경쟁이 치열해져 임차료가 상승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의도다.

임차료 변경은 1년에 1차례 시장 가격에서 벗어나지 않는 수준에서만 가능하며 임대차 도중 인상이 금지된다.

또한 새 법안은 '양호한 주택 기준'을 민간 임대차 주택에도 적용한다. 공공주택 부문에서 사용해온 이 기준은 지붕, 난방시스템, 곰팡이 등의 요소를 따져 거주가 가능한 주택 기준을 설정한다.

매슈 페니쿡 주택부 부장관은 텔레그래프 기고에서 "민간 임대차는 현재 주거 형태 중 가장 불안정하고 질이 낮으며 가격이 높다"며 새로운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8월∼올해 7월 영국의 민간 월 임차료는 전년 동기보다 8.6% 상승했다.

영국 전역에서 런던은 9.7%로 가장 상승률이 높았다. 런던의 평균 임차료는 월 2천114파운드(약 370만원)다.

페니쿡 부장관에 따르면 영국에서 민간 임대인으로부터 주택을 임차한 사람은 1천100만 명에 달한다.

그는 내년 상반기 또는 여름에는 바뀐 제도를 시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BBC에 말했다.

임차인 단체들은 이번 법안이 임차인에 대한 더 강력한 보호 조치를 담았다고 환영했으나 임대인들은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전국임대인협회 측은 텔레그래프에 새 법안대로면 임대인이 경제적으로 덜 안정될 것이라면서, 문제가 있는 세입자를 합법적으로 퇴거시키는 데 걸리는 시간과 비용 등을 고려하면 결국 임차료가 5∼10%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cherora@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12 03:1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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