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 노동당 정부가 고령층에 지원하는 겨울철 난방비 대부분을 삭감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9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과 BBC 방송에 따르면 오는 10일 하원에서는 일부 저소득층을 제외한 국가연금 수급자의 동계 연료 지원금을 폐지하는 정부안을 놓고 표결한다.
영국에서 국가연금 수급자는 소득과 관계없이 해마다 겨울에 연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80세 이상은 300파운드(약 53만원), 66세 이상 80세 미만은 200파운드(약 35만원)다.
두 달 전 출범한 키어 스타머 정부는 공공 지출을 줄이기 위해 일부 저소득층에만 이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상원 입법조사위원회에 따르면 규정이 바뀌면 올해 회계연도에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150만 명이 이 지원금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 회계연도의 1천80만 명보다 930만 명(86%)이나 적다.
이에 제1야당 보수당은 물론이고 여당인 노동당 일각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멜 스트라이드 보수당 예비내각 노동연금장관은 "노동당이 각종 청구서 비용이 올라가는 시기에 취약한 연금 수급자를 보호하는 대신 (일부 공공부문) 노조에 물가상승률을 넘어선 급여 인상이나 해주려 한다"고 비판했다.
노동당이 하원 650석 중 404석이어서 정부안이 뒤집힐 가능성은 작지만 노동당 의원 상당수가 불만을 표시했다.
가디언은 여당 노동당 의원 최대 50명이 표결 불참이나 기권으로 정부안을 거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노동당 닐 던컨-조던 하원의원은 이번 정책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는 동의안을 발의했으며, 레이철 마스컬 의원은 "추운 집안 환경은 심장마비, 폐렴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주택 난방을 공중보건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대 규모 노조 중 하나인 공공상업서비스노조(PCS)의 프랜 히스코트 사무총장은 "이대로면 겨울 연료 지원뿐 아니라 사회보장제도 전반에 변화(삭감)가 있을 것"이라며 "이는 반발을 사고 쟁의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고 BBC에 말했다.
스타머 총리는 전날 BBC와 한 인터뷰에서 난방비 지원 삭감을 포함한 공공 개혁과 관련해 "지금 어려운 일을 해야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결정은 인기가 없고 어려운 선택이다, 인기 있는 결정은 힘들지 않다"며 "우리는 이전 (보수당) 정부가 피해 온 어려운 결정을 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란 표를 던지는 노동당 의원에 대한 징계 가능성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앞서 노동당은 지난 7월 두 자녀 세제 혜택 상한 철폐와 관련해 당론과 다르게 표를 던진 하원의원 7명의 당원자격을 6개월간 정지했다.
cherora@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09 19:1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