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TV토론] 달라진 사회자…주제 이탈 막고 팩트체크

2 months ago 5
김연숙 기자

주제 관련없는 답변엔 "네, 아니오로 답해달라"

트럼프 측 "3대 1 대결" 불만…편파 진행 주장도

10일(현지시간) 미국 대선 후보 토론을 맡은 ABC 앵커 데이비드 뮤어(왼쪽)와 린지 데이비스

10일(현지시간) 미국 대선 후보 토론을 맡은 ABC 앵커 데이비드 뮤어(왼쪽)와 린지 데이비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10일(현지시간) 열린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TV 토론에서 눈에 띄는 점은 주관사인 ABC의 진행자들이었다.

이날 토론 진행을 맡은 ABC뉴스 앵커 데이비드 뮤어와 린지 데이비스는 토론에 개입해 후보들의 주제 이탈을 막고 팩트체크로 토론의 중심을 잡는 역할을 했다.

지난 6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TV 토론을 주관했던 CNN 방송의 제이크 태퍼와 데이나 배시는 후보자들이 상대방의 주장을 직접 다투도록 뒤에 물러나 있었다. CNN은 토론 전부터 앵커들은 참가자가 아닌 진행자 역할에 머물 것이라고 밝혔다. 토론 후 민주당 측에선 진행자가 너무 많은 허위 사실을 그대로 방치했다는 불평이 나오기도 했다.

이날 토론은 후보들의 모두발언 없이 사회자의 질문에 2분씩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후보들은 서로에게 직접 질문을 할 수 없고, 질문 권한은 사회자에게만 있었다.

또 '사회자들이 시간 조정을 지키도록 하고, 예의 바른 토론이 이뤄지도록 한다'는 내용도 토론 규칙에 포함됐다.

토론 중 낙태권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민주당 측이 임신 9개월째에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며, 그 논리대로라면 아기가 태어난 후의 '처형'도 괜찮다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이에 데이비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 후 "이 나라의 어느 주에서도 아기가 태어난 후에 죽이는 것이 합법인 주는 없다"고 지적했다.

10일(현지시간) 첫 TV 토론 중인 트럼프와 해리스

10일(현지시간) 첫 TV 토론 중인 트럼프와 해리스

[로이터 연합뉴스]

이민 관련 문제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로 온 아이티 이민자들이 개, 고양이 등 애완동물을 잡아먹고 있다는 음모론을 언급했다.

이에 뮤어는 "스프링필드를 언급하셨는데, 여기서 분명히 하겠다"며 "ABC뉴스가 그곳 시청 관리자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는 이민자 커뮤니티 내에서 애완동물이 해를 입거나 다치거나 학대당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보고는 없었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말을 가로채 "TV에 나오는 사람들이 '내 개가 잡혀가서 음식에 쓰였다고 말했다'"라고 재차 주장했다. 뮤어가 TV에서 들은 말이 아니라 시청 관리자에게서 확인한 말이라고 답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하지만 TV에 나오는 사람들은 자기들 개가 잡아먹혔다고 말했다"며 주장을 고수했다.

두 사회자는 각 후보의 발언 차례가 되면 차례로 발언 기회를 줬지만, 답변 시간이 지체되거나 주제와 관련 없는 내용이 나올 때면 발언을 제지했다.

2021년 발생한 '1·6 의회 폭동'과 관련,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한 일에 대해 후회하는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질문 내용과 관련 없는 발언을 이어갔다.

이에 뮤어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또 다른 선거로 나아가는 데 있어 이건 매우 간단한 질문"이라며 "그날 한 일에 대해 후회하는 게 있습니까? 네, 아니오로 답해달라"고 요청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들이 나에게 연설을 요청한 것 말고는 나는 아무 관련이 없다"며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과 관련한 발언을 계속하자, 뮤어는 "이 질문은 대통령으로서 당신에 관한 것이지 펠로시 전 의장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고 지적하고는 해리스 부통령에게 응답 기회를 넘겼다.

미 대선 후보 TV 토론 지켜보는 취재진

미 대선 후보 TV 토론 지켜보는 취재진

(필라델피아 AP=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국립헌법센터에 마련된 '스핀 룸'에서 취재진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간 TV 토론을 지켜보고 있다. 2024.09.11 passion@yna.co.kr

사회를 맡은 뮤어와 데이비스는 ABC뉴스의 앵커이자 베테랑 언론인이다.

ABC 뉴스 월드뉴스 투나잇의 앵커이자 편집장인 뮤어는 2003년부터 ABC에서 일했으며, 민주당과 공화당의 프라이머리(예비선거) 토론을 맡아왔다.

데이비스는 2007년부터 ABC에서 일하며 현재 일요일 저녁 뉴스 진행을 맡고 있다. 그는 2019년 9월과 2020년 2월 민주당 예비 토론을 진행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토론 진행 방식에 불만을 표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토론 준비를 도운 툴시 개버드는 엑스(X·옛 트위터)에 "이번 토론은 3대 1이었다. ABC 진행자들은 분명 카멀라 해리스를 편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 언론인 메긴 켈리는 "이런 진행자들은 부끄러운 실패이고 이는 내가 본 토론 중 가장 편향되고 불공정한 것 중 하나"라며 "ABC 당신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엑스에 "내 역대 최고의 토론이었다"면서도 "3대 1의 대결이었다"고 적었다.

nomad@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11 17:59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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