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블링컨·러시아 푸틴 이어 중국은 부주석 몽골 방문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 몽골이 주요 강대국들의 잇단 '러브콜'을 받으며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도 국가부주석을 파견해 양자관계 강화와 국제 현안에 대한 공조 강화를 추진하고 나섰다.
9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한정 중국 국가부주석은 지난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EEF) 참석 이후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사흘간 몽골을 방문해 오흐나 후렐수흐 대통령, 롭상남스라이 어용에르덴 총리, 다슈제그베 아마르바야스갈란 국회의장 등 주요 지도자들을 두루 만났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중국과 몽골은 양자 관계를 강화하고 협력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한 부주석은 이번 방문에서 어용에르덴 총리와 회동에서 에너지, 네트워크, 인프라 건설 분야에서 협력하고, 국제·지역 현안에 대한 양국간 공조와 협력을 촉구했다.
이는 몽골을 향해 중요하고 민감한 글로벌 현안에서 중국과 조율을 통해 같거나 유사한 목소리를 내달라는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또 중국, 몽골, 러시아 간 협력 강화를 희망하면서 3국 간 경제 회랑 건설에도 속도를 내자고 강조했다.
이에 어용에르덴 총리는 "몽골이 상호 존중, 평화적 공존, 공동 발전의 정신으로 새로운 시대의 양자 관계 추진을 위해 중국과 협력할 의향이 있다"고 화답했다.
한 부주석은 지난 2017년 '시진핑 2기' 당시 최고 지도부인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에 진출한 인물로 현재는 정치국 상무위원은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정상급 인사로 분류된다.
한 부주석 방문에 앞서 미국은 지난달 1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몽골에 파견, 민주적 가치를 공유하는 양국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협력 강화를 다짐한 바 있다.
러시아는 지난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지난해 3월 발부된) 국제형사재판소(ICC) 체포영장 집행 우려에도 불구하고 직접 몽골을 찾아 양국관계 강화에 공을 들였다.
몽골은 1990년 70년에 가까운 공산당(인민당의 전신) 일당 독재를 종식하고 다당제 민주주의로 전환했다. 국경을 맞댄 권위주의 국가인 중국, 러시아와 달리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을 인정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 러시아 견제와 민주주의 가치 확대란 측면에서 몽골과의 협력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국, 러시아로서는 기존 영향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미국이 몽골과 가까워지는 것을 견제하는 데 더 신경 쓰는 모습이다.
추이헝 화동사범대 러시아연구센터 연구원은 푸틴 대통령과 한정 부주석의 잇따른 몽골 방문을 거론하며 "중국과 러시아가 몽골을 중요한 파트너이자 중요한 이웃으로 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국제사회 일각에서는 미-중 전략경쟁과 미국-러시아 간 갈등이 격화될수록 몽골과의 전략적 협력을 추진하려는 강대국들의 각축전은 더 심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jsa@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09 17:39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