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에서 아프리카 출신 이주민 2세가 이른바 '묻지마 살인'을 저질러 국적법 개정 논쟁으로 번졌다.
2일(현지시간) 아든크로노스 통신에 따르면 살인 피고인 무사 상가레(30)는 이날 북부 브레시아 교도소에서 열린 심문에서 범행 동기에 대해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상가레의 변호인 역시 교도소 밖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도 이유를 모른다"며 "뚜렷한 범행 동기가 없다"고 말했다.
상가레는 지난달 29일 심야에 이탈리아 북부 베르가모 인근의 소도시 테르노 디솔라에서 33세 여성을 흉기로 잔인하게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는 근무를 마치고 혼자서 밤 산책을 하던 중 참변을 당했다. 둘은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밀라노에서 아프리카 이주민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상가레는 래퍼 지망생으로 현재 실직 상태다
그는 범행 약 1시간 전 흉기를 소지한 채 사람을 찌를 목적으로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섰다고 진술했다. 범행 이후 흉기를 강에 던져 증거를 없애고 자전거 부품을 교체하고 헤어스타일도 바꾸며 완전 범죄를 꿈꿨다.
그러나 범행 현장 인근에서 자전거를 타고 전속력으로 달리던 그의 모습이 CCTV에 포착되면서 덜미를 잡혔다.
연립정부 파트너인 극우 정당 동맹(Lega)은 이번 사건을 반이민 정서를 더욱 자극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
동맹 소속의 로사나 사소 하원의원은 "우리 거리를 활보하며 '할 일이 없어서' 증오하고 살해하는 무사 상가레가 더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은 최근 올림픽에서 다인종으로 구성된 여자배구팀이 금메달을 따면서 논의가 활발해진 국적법 개정 움직임을 막는 돌발 변수가 됐다.
개정안은 이탈리아에서 대부분의 정규 교육을 마친 사람의 귀화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럽에서도 엄격하기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국적법을 완화해 개방성을 확대하자는 것이 골자다.
제1야당 민주당(PD)이 발의한 개정안에 연정 파트너인 전진이탈리아(FI)가 찬성함에 따라 결실을 보게 될지 관심이 모이던 차에 이번 사건이 벌어졌다.
국적법 개정에 반대해왔던 동맹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중대 범죄자의 시민권을 박탈해야 한다며 오히려 국적법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역공을 펴고 있다.
이에 대해 녹색당 소속의 루아나 자넬라 하원의원은 이 살인 사건을 인종 정체성과 연관 지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좌파 정당 '+에우로파'의 리카르도 마지 하원의원은 동맹에 "국적법 개정에 반대하기 위해 범죄를 이용하는 것은 정말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changyong@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02 23:4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