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세계 어느 국가에도 밀리지 않는 축구 열기에도 좀처럼 국제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중국이 자국 대학들에 '축구 전공'을 개설해 인재를 육성하기로 했다.
18일 남방도시보와 글로벌타임스 등 매체들에 따르면 중국 교육부는 13일 자국 내 대학 39곳이 축구 관련 학부 전공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2015년 '중국 축구 개혁·발전을 위한 총체적 방안'에서 인재 육성 수요에 부응해 조건을 갖춘 축구 단과대학을 만들고, 문화 교육과 축구를 융합한 축구 학교를 적극 모색한다는 방침을 내놓은 바 있다.
올해엔 국가체육총국 등 12개 부처가 '중국 청소년 축구 개혁 발전 실시 의견'에서 대학 축구 단과대학 구축을 가속하고 축구 전공을 학부 전공 리스트에 포함하는 것도 장려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전공 형태나 교육 방식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글로벌타임스는 "이번 조치는 축구에 열정적인 아이들이 학업 걱정 없이 운동 능력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을 제공한다"며 "학생들은 축구 훈련을 학습과 개인적 성장의 수단으로 삼아 축구와 학습의 균형을 맞출 수 있고, 프로축구선수가 되고자 하는 학생들에겐 명확한 진로와 기회를 준다"고 자평했다.
신문은 이런 정책이 현재 중국 고등 교육에 축구 프로그램이 부족하다는 점과 중국 축구 발전의 시급한 필요성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며 "이 이니셔티브의 영향이 실현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지 모르지만 중국 축구의 발전을 위한 장기적으로 유망한 전략"이라고 했다.
축구 해설가이자 중국축구협회 신문위원회(뉴스위원회) 위원인 왕다자오는 "축구 강국들은 축구 특화 전공을 만들지 않았다. 그들의 성공은 학문 프로그램보다는 보통 잘 발전된 축구 시스템과 문화적 전통에 의존한 것"이라며 축구 발전을 서두르거나 밀어붙이기보다는 어린이들이 자발적으로 흥미를 키울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왕다자오는 "축구가 상대적으로 뒤떨어진 중국에서 축구를 당장 주류로 만들기 위해 강제할 필요가 없고, 점진적·과학적 발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인프라 개선과 청소년의 관심 육성, 전문적 지도 제공, 자원 투자 증대로 중국 축구의 장기적 발전 토대를 만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고 글로벌타임스는 전했다.
다만 일각에선 축구 전공이 '대학 가는 수단'으로 변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남방도시보는 "축구 학부 전공을 개설하는 대학이 늘고 모집 규모가 커지면 축구에 참여하거나 프로축구선수 꿈을 꾸는 학생도 점점 늘 것"이라며 "다만 사회 일부 여론은 '축구에 기대어 대학에 간다'거나 '축구에 기대어 더 좋은 대학에 간다'고 해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xing@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18 16:18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