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법원, X 접속 차단 명령…머스크 "언론 자유 짓밟아"
佛 텔레그램 CEO 조사 이어 세계 각국서 플랫폼 잡기 나서
표현의 자유 억압 논란 나오지만 규제 강화 목소리도 나와
[브라질리아=AP/뉴시스]브라질 대법원이 30일(현지시각) 법률 대리인 지정 시한을 넘긴 X(옛 트위터)의 자국 내 서비스를 중단하도록 했다. 사진은 알렉상드르 지 모라이스 브라질 대법관이 지난해 6월22일 재판에 나선 모습. 2024.08.31.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브라질 전역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 서비스가 중단됐다. 엑스가 허위조작정보(가짜뉴스) 확산에 방조하고 있다며 브라질 사법당국이 제재에 나선 것이다.
텔레그램에 이어 엑스까지 해외 SNS가 최근 들어 가짜뉴스, 각종 범죄 확산에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각국 정부에 제재를 받으면서 이들 기업의 사업 운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일각에서는 표현의 자유 억압이라고 주장하는 한편 잘못된 콘텐츠 유통에 플랫폼 기업도 책임이 있는 만큼 옳은 조치라는 주장도 나온다.
엑스 잡는 브라질 "머스크, 사법 시스템 반복·고의로 무시"
[워싱턴=AP/뉴시스] 일론 머스크(가운데)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연설에 기립 박수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 전쟁 반대 시위대를 “이란을 돕는 바보들”이라고 비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의사당 밖에서는 5000여 명의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대가 네타냐후 총리를 “전범” “학살 총리”라고 비난했다. 2024.07.25.
지난달 31일(현지시각) AP통신 등에 따르면 브라질 내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ISP)들은 통신 규제 기관 '아나텔' 지시에 따라 엑스에 대한 사용자 접근 차단을 시작했다.
엑스가 차단된 이유는 법률 대리인 미지정 때문이다. 알렉상드르 지 모라이스 브라질 대법관은 지난달 28일 엑스가 24시간 안에 법률 대리인을 지정해야 한다고 명령했는데 엑스가 따르지 않았다. 엑스는 이미 지난달 초부터 브라질 내에 법률 대리인을 두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모라이스 대법관은 엑스가 규정을 준수할 때까지 서비스가 차단될 것이라며 지난달 29일 브라질 전역에 엑스 사용 차단을 명령했다. 가상사설망(VPN)을 통한 우회 접속 적발 시 5만 헤알(약 12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모라이스 대법관이 엑스의 법률 대리인 지정에 신경 쓰는 이유는 일부 이용자의 계정 정지·제한을 두고 엑스와 마찰을 빚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브라질 대법원 엑스가 가짜뉴스 확산을 방치하고 있다며 엑스에 일부 계정을 정지 또는 제한하라고 명령했다. 다음 달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는데 가짜뉴스 확산을 막겠다는 취지였다.
대법원이 언급한 차단 계정에는 우파 성향인 전 정권 인사 계정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엑스를 운영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과한 검열 조치이며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고 반발했다.
이어 이번 엑스 서비스 중단 조치가 나타나자 머스크는 "엑스는 브라질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뉴스 소스"라면서 모라이스 대법관을 '폭군 볼드모트'로 지칭하면서 "(브라질) 국민의 언론의 자유를 짓밟고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모라이스 대법관은 명령서에 "(머스크가) 브라질 사법 시스템을 반복적으로, 고의로 무시했다"며 "무법천지 환경을 조성한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엑스는 이번 서비스 중단으로 수익 확보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엑스에게 브라질은 남미 시장 큰손에 속한다. 시장조사업체인 이마케터에 따르면 브라질에서의 월 이용자 수(MAU)가 브라질 전체 인구(약 2억1500만명) 5분의 1인 약 4000만명이다.
AP는 엑스가 2022년 머스크의 인수 이후 광고주 이탈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브라질이 중요한 시장이라고 보도했다.
프랑스 대 두로프, 브라질 대 머스크…플랫폼 빅테크 대 정부 간 갈등 격화
[자카르타=AP/뉴시스]소셜미디어 애플리케이션 '텔레그램'을 만든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최고경영자(CEO)가 2017년 8월1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2024.08.30.
한편 정부와 SNS 플랫폼 운영 기업 간 갈등은 브라질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진행 중이다. 프랑스 수사당국은 지난달 24일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창업자 겸 CEO를 마약 거래, 자금세탁 공모, 아동 음란물 유통 조장 등 12가지 혐의로 체포해 조사했다.
텔레그램이 범죄를 위한 소통 공간으로 악용됐는데도 최종 책임자인 그가 알고도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방치했다는 게 당국 측 설명이다. 현재 두로프는 보석금을 내고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받고 있다.
이처럼 세계 곳곳에서 정부, 거대 플랫폼 기업 간 대립이 이어지는 가운데 플랫폼 책임론에 대한 논의도 커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며 정부의 과잉 대응을 지적하는 한편 한쪽에서는 콘텐츠 유통 주 경로인 만큼 올바른 인터넷 이용에 기여할 수 있도록 이용자 보호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엑스는 '트위터'라는 이름을 쓰던 지난 2010년대 초 '아랍의 봄'으로 불린 아랍권 민주화 시위 과정에서 시민들의 소통 창구로 활용됐다. 해외 SNS가 정부 규제에 자유로운 만큼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 민주화 시위 확산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반(反)검열'을 중시하는 텔레그램도 홍콩 민주화 시위 등 세계 각지에서 민주화 운동이 진행되는데 전문 메신저로 쓰였다.
하지만 텔레그램은 콘텐츠 모니터링에 소극적이라 가짜뉴스, 범죄 온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을 꾸준히 받고 있다. 특히 최근 국내에서 딥페이크(인공지능 기술 기반 이미지 합성 기술) 성범죄물 유통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텔레그램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
이번 브라질에서의 엑스 규제와 관련해 마우리시우 산토루 리우데자네이루 주립대 정치학 교수는 AP에 "중국과 같은 권위주의 국가에서나 SNS 등에 접속하기 위해 VPN을 사용했다"며 "이런 도구가 브라질에서 금지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디스토피아 같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브라질에서는 누구든 브라질 헌법과 법률 적용을 받는다. 돈이 있다고 해서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대법원 판단을 지지했다.
텔레그램 CEO 체포 건에 대해 다니엘 리온스 보스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다른 인터넷 플랫폼과 소셜미디어가 법을 위반하지 않도록 규제 당국이 사이트 검열에 더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에 다프네 켈러 스탠퍼드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텔레그램은 불법 콘텐츠를 삭제하고 법 집행 기관의 요청에 대응하는 메타와 구글과 같은 주요 플랫폼과는 현저히 다르다고 말했다. 켈러 교수는 "프랑스 당국이 두로프 창업자를 기소할 수 있는 건 텔레그램이 사법당국으로부터 통보받은 불법 콘텐츠를 삭제하지 않으면서 면책권을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국내 IT업계 한 관계자는 "플랫폼이 아무런 관여를 하지 않는 게 맞는 건지, 어느 정도까지 제어하는 게 맞을지 플랫폼 책임 범위에 대한 국제적 규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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