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 반 동안 2301건 신고 접수
기소나 과태료 부과는 129건에 불과
[서울=뉴시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1일 직장에서 노동자들은 육아휴직,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데, 이를 신고해도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진다고 지적했다. 2024.09.01.
#2. 간호사 B씨는 육아휴직 후 복직하자마자 '놀다 왔다'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3교대 근무를 강요받았다. B씨는 아기를 돌봐줄 사람이 없다고 얘기했지만 휴직하거나 사직하라는 말이 돌아왔다고 털어놨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1일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임신·출산·육아 관련 법 위반 신고 처리 현황을 공개했다. 직장에서 노동자들은 육아휴직,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데, 법 위반으로 신고해도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진다고 지적했다.
직장갑질119가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월1일부터 지난 6월20일까지 고용노동부에 임신·출산·육아 관련 법 위반 신고가 2301건 접수된 가운데, 기소나 과태료 부과는 129건(5.6%)였다.
기간을 2024년으로 좁히면 결과는 더 심각하다. 지난 1월1일부터 6월20일까지 고용노동부에 들어온 임신·출산·육아 관련 법 위반 신고 278건 가운데 25건(8.9%)만 법 위반을 인정받았다. 기소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한 것은 8건(2.8%)에 그쳤다.
반면 226건(81.2%)이 '2회 불출석', '신고의사 없음', '법 위반 없음', '취하', '각하' 등으로 기타 종결됐다.
한 제보자는 육아휴직을 신청하자 회사 측이 전 직원 앞에서 그를 타박하거나 업무꼬투리를 잡는 등 괴롭혔고, 우여곡절 끝에 육아휴직한 뒤 복직했지만, 복직을 거부당하고 근로계약과 현저하게 차이 나는 근로계약서에 사인하거나 퇴사할 것을 강요받았다고 토로했다.
이는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근로기준법 제23조는 산전 산후의 여성 또는 업무상 부상 및 질병 요양을 위해 휴업한 기간 및 그 후 30일 동안 사용자가 노동자를 해고하지 못하도록 한다.
하지만 지난 1월1일부터 6월20일까지 접수된 사건 83건 중 법 위반을 인정받은 사건은 6건(기소 5건, 시정완료 1건)이었다.
또 다른 제보자는 육아휴직 중에 복귀를 강요받았다고 주장했다. 업무 대체자가 없기 때문에 기존에 신청한 육아휴진 기간보다 빨리 복귀하라는 것이었다. 육아기 단축근무를 신청했는데 회사에서는 열흘이 넘도록 계속 검토 중이라고 한다는 제보도 있었다.
모두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에 해당한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는 육아휴직 미부여, 육아휴직을 이유로 한 해고 등 불리한 처우, 육아휴직 종료 이후 복귀거부 등을 금지한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이유로 해고 등 불리한 처우 등도 금지한다.
그러나 지난 2020년 1월1일부터 지난 6월20일까지 육아휴직 관련 조항을 위반해 신고·접수된 건은 1085건인데 135건(시정 완료 100건, 기소 35건)만 법 위반이 인정됐다.
같은 기간 고용노동부에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관련 규정 위반으로 신고·접수된 179건 신고 가운데 17건이 법 위반이 인정됐다.
김세옥 직장갑질119 활동가는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갖가지 지원 계획들과 제도 개선 논의를 쏟아내고 있지만 일터에서 모·부성 권리 보호 제도 사용을 문제시하고 민폐 취급하는 현실을 바로잡지 않는 이상 제도를 만들고 개선해도 그것이 노동자들의 삶에 들어가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철민 더불민주당 의원은 "제도 위반 사업장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은 모·부성 보호 제도 자체를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모·부성 보호제도 위반에 정부가 분명한 경고를 줘야 현장에 제도가 안착될 수 있고 일가정양립의 토대가 마련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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