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희父 사망 전날에도 현수막 만들 돈 없어 걱정"

[서울=뉴시스]황소정 인턴 기자 =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25년간 딸을 찾아 헤매던 고(故) 송길용(71)씨가 교통사고로 사망하기 전날에도 딸을 찾기 위한 현수막을 제작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나주봉 '전국 미아·실종가족 찾기 시민의모임' 회장은 지난달 31일 'YTN24'에서 송씨와의 마지막 통화 내용을 전했다.

나주봉 회장은 "송씨가 최근 급성심근경색증 시술을 받고 퇴원한 뒤 지난달 26일 트럭을 가지고 볼일을 보러 나갔다가 교통사고로 운명했다"며 "(송씨는) 딸 찾는 데 그야말로 평생을 바친 딸바보, 최고의 아빠"라고 말했다.

나 회장은 "(송씨 부부의) 생활이 어려웠다"며 "1999년 송혜희씨가 실종되고 나서 송씨 부부는 생업을 포기한 채 전국을 누볐다. (송혜희씨) 엄마는 먼저 작고했고 혼자 남은 아버지는 현수막과 전단지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 폐지와 폐품을 수거했다"고 전했다.

이어 "송씨가 사망하기 하루 전에 전화가 와서 현수막을 많이 만들어야 하는데 돈이 없다고 걱정하는 이야기를 한 뒤로 연락이 없었다"며 "유족에게 부고 연락을 받은 현수막 업체 사장님이 내게 송씨의 사고 소식을 전해줬다"고 했다.

그는 "(송씨가) 현수막·전단 배포를 통해 딸을 찾으러 다녔다. 트럭에 크게 사진을 붙여 전국 방방곡곡을 다녔고 심지어 무인도까지 샅샅이 뒤졌다"며 "술, 담배도 모두 끊고 '혜희를 못 찾으면 못 죽는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는 생전 나 회장에게 '내가 먼저 죽으면 우리 혜희를 꼭 찾아달라'는 부탁도 남겼다고 한다. 나 회장은 "2~3주에 한 번 식사하면서 농담처럼 그런 말씀을 자주 했다"며 "지금 생각하면 나한테 남기는 유언 같다"고 말했다.

송씨의 딸 송혜희(당시 17세)양은 1999년 2월13일 오후 10시10분께 고3 진학을 앞두고 집이 있는 평택시 도일동 하리마을 입구 버스정류장에서 내린 것을 끝으로 행방불명됐다.

송씨의 시간은 그때부터 멈췄다. 그는 1t(톤) 트럭에 '실종된 송혜희 좀 찾아주세요'라고 적힌 현수막과 전단을 싣고 전국 곳곳을 누볐다. 그가 그간 뿌린 전단이 1000만장에 달할 것이란 추산도 나온다.

그는 여러 언론과 인터뷰하고 방송에도 출연했지만 결국 딸과 만나지 못하고 지난달 26일 교통사고로 숨졌다. 송씨가 살던 경기도 평택 단칸방에는 '나의 딸 송혜희는 꼭 찾는다'는 가훈이 붙어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꼭 혜희를 함께 찾자"며 함께 딸을 찾으러 다녔던 송씨의 아내는 우울증을 앓다 2006년 딸의 전단을 가슴에 품은 채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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