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 제한 생물보안법 美 하원 통과
한국 CDMO 기업의 수혜 기대감이 상승
美·유럽기업 투자확대로 경쟁과열 가능성
"정부와 기업이 공조해 시장을 개척해야"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대형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 생물보안법 통과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8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바이오의약품 개발 기업 셀트리온은 신규 사업으로 CDMO를 본격화하기로 했다. 100% 지분 자회사 형태로 신규 공장을 확보해 CDMO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22회 모건스탠리 글로벌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신규 사업 관련 서 회장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제품 생산 역량(CAPA·캐파) 확보를 위한 제조소 증설은 불가피하며 국내 또는 해외 신규 공장 확보와 관련한 결정은 연내 마무리 짓겠다"면서 "해당 시설은 셀트리온이 100% 지분을 소유한 자회사 형태로 운영해 CDMO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신규 제조소를 확보해 탑티어 규모의 생산 캐파를 구축할 계획이다. 셀트리온의 바이오의약품 개발·임상·생산·허가·판매 등 전 단계에 걸친 노하우를 맞춤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면 경쟁력이 클 거란 기대다. 셀트리온은 항체 등 바이오의약품 제조 역량이 있고 CMO 사업의 경험도 있다. 미래 새 역량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백신 개발 전문 SK바이오사이언스도 지난 6월 백신 위탁생산 글로벌 톱10 수준의 독일 기업 지분을 인수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아스트라제네카,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하면서 글로벌 CDMO 사업을 경험한 후 이번 인수로 백신 CDMO 사업에 본격 진출한 것이다.
cGMP(미국의 의약품 제조품질 관리기준) 수준의 제조 인프라를 확보해 항암 바이러스와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신규 바이오 영역으로 진출이 가능해졌다.
대웅바이오는 미생물 기반 바이오의약품의 위탁생산 서비스 사업에 나섰다. 작년 3월 화성시 향남에 착공한 바이오공장의 준공을 최근 완료했다. 이 공장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요구하는 cGMP 수준으로 설계돼, 바이오의약품 생산 부문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했다.
전문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으로의 도약도 준비 중이다. 제품의 생산 위탁만 지원하는 CMO와 달리 CDMO는 생산공정, 임상, 상용화 등 의약품 개발 전 과정을 협업하는 것으로 세포주 개발부터 제품 포장까지 제공하는 생산 전주기 서비스를 지향한다. 대웅바이오는 국내에서 두 번째로 가장 큰 규모인 1000ℓ 용량의 생산 역량을 확보했다.
종근당홀딩스의 자회사 경보제약은 지난달 항체-약물 접합체(ADC) 공장 신설에 나섰다. 2026년 말까지 해당 공장에 854억6000만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ADC 신공장은 현 원료의약품 공장이 위치한 충남 아산시 일대에 지어진다. ADC CDMO 사업을 위한 생산시설 구축이 목적이다.
美 생물보안법 하원 통과…CDMO 수혜 기대감 상승
이 같은 CDMO 사업 진출은 미국 생물보안법에 따른 국내 CDMO 사업의 수혜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하원은 중국 바이오 기업을 제재하려는 목적으로 올초부터 입법화를 추진한 생물보안법을 지난 9일(현지시간) 통과시켰다. 생물보안법은 미국의 바이오경제 육성과 국가안보 강화를 위해 중국 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해당 법안에는 미국 안보에 우려되는 중국 바이오기업으로 우시바이오로직스·우시앱텍·BGI 등 5개 기업이 포함됐다.중국 빈자리를 대체할만한 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국, 인도,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 기업이 수혜를 받을 거란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
CDMO 시장의 성장 전망도 작용한다. 한국바이오협회의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CDMO 시장현황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CDMO 매출은 196억8000만 달러(약 27조2000억원)로, 전년 대비 3.5% 증가했다. 2029년까지 14.3% 성장해 438억5000만 달러(약 60조7500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한국아이큐비아(IQVIA) 이강복 상무는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한국 기업은 이미 높은 기술력과 품질로 인정받고 있어, CDMO(위탁개발생산) 시장에서의 반사이익이 기대되고 대체 공급처로서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바이넥스, 차바이오텍, SK팜테코, 에스티팜 등 국내 중소형 CDMO 기업들의 약진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경쟁 더 치열해질 가능성…"정부와 기업이 공조해야"
반면 미국 시장에서 활동하거나 계획 있는 국내 기업들은 중국 기업과의 거래에 걸릴 제동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생물보안법에 포함된 기업은 손꼽히는 중국의 CDMO 기업들이다.또 중국과 대등한 가격 경쟁력·생산 규모를 갖추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미국·유럽 기업의 자국 내 투자 확대로 경쟁이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선 각국 정부의 전략적 투자와 기업의 경쟁력 확보가 성패를 가를 수 있어, 정부·기업의 긴밀한 공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은 기존 대형사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특화된 기술력과 서비스 경쟁력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며 "정부와 기업이 공조해 공급망 리스크를 관리하고 시장을 개척한다면 중국을 대체할 역량을 충분히 확보할 것이다.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만의 독자적 입지를 다질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특화된 기술력과 서비스 경쟁력 확보 주력 ▲중국 일변도 전략에서 탈피해 동남아, 중동, 남미 등 신흥국 시장을 개척하는 시장 다변화 ▲고객사와 신뢰 관계 구축 및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 통한 정책 지원 등이 요구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