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찜통서 일하다 과로사"…사측 "주로 에어컨 있는 곳 근무"
(완주=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KCC 전주공장에서 숨진 50대 노동자의 작업 환경을 두고 화섬식품노조 KCC전주 도료지회(노조)와 사측이 공방을 벌이고 있다.
노조는 숨진 A씨가 폭염 속에서 34도까지 오르는 작업장에서 장시간 일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회사는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6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0일 전북 완주군 봉동읍에 위치한 KCC전주 2공장에서 조색사인 50대 A씨가 숨졌다.
오전 7시 34분께 회사에 출근한 A씨는 1시간 40여분 뒤 항온항습실 의자에 앉은 채로 심정지 상태로 동료에게 발견됐다.
A씨는 건물 2층의 유성마감조색실에서 건축용 도료를 조색하는 일을 담당해왔다.
노조는 8월 29일 이 작업실의 내부 온도를 측정했는데, 오후 3시 30분께 34도까지 올랐다. 오후 8시 58분에도 내부 온도는 31.8도를 가리켰다.
A씨를 포함한 6명가량의 노동자는 승용차 50대가량이 빽빽이 들어갈 수 있는 정도의 작업실에서 여름 내내 4대의 공업용 선풍기로 더위를 버티며 12시간 2교대로 근무해야 했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노조가 회사에 2020년께부터 7차례나 냉방시설 설치를 요청했으나 수용되지 않았다.
같은 작업실에서 일하는 A씨의 동료는 "올해 폭염 때문에 일하는 게 유난히 힘들었다. 폭염이 한창이던 8월 초에는 내부 온도가 38도까지 올라가 5분 이상 서 있기가 힘들 정도였다"면서 "기계에서 나오는 열기 때문에 자정이 넘어야만 온도가 겨우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이 작업실과 칸막이를 하나 두고 대기업 납품용 자동차 도료 작업실이 있는데, 그곳은 일정 온도를 유지하기 위한 별도의 설비가 갖춰있다고 노조는 설명했다.
노조는 "비슷한 페인트를 만드는데도 칸막이 하나를 두고 한 작업실은 35도, 다른 곳은 25도였다"며 "냉기를 전달하기 위해 칸막이 문이라도 잠깐 열어두면 회사는 문을 열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가 품질테스트 등을 위해 항온항습실이나 품질관리실 등을 오가긴 했지만, 근무 시간 중 대부분을 이렇게 더운 공간에서 보내야 했다"며 "숨지기 전 12주 동안의 근무 기록을 확인해본 결과 주 평균 56시간 근무를 했었다. 아내에게 '일이 너무 많아서 힘들다'고 토로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KCC전주 2공장 측은 일부 작업장이 최대 33도까지 올라가는 것은 맞다면서도 A씨의 노동 환경이 노조의 설명과는 다르다고 반박했다.
숨진 A씨는 노동시간의 70%가량을 에어컨 설비가 갖춰진 작업실에서 일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KCC전주 2공장 관계자는 "조색사가 일하는 공간은 색을 배합하는 공간이라 환기를 위한 환풍설비 등을 갖추면 되는데, 그곳은 환풍설비가 설치돼 있고 선풍기가 비치돼있다"며 "창문이 있어 밀폐된 공간도 아니기 때문에 에어컨을 설치하더라도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낮에 작업실의 최대 온도가 33도까지 올라간다는 것이지, 하루 종일 그 온도가 유지되는 건 아니다"며 "게다가 A씨의 경우 에어컨을 갖춰진 품질관리실과 (숨진 장소인) 항온항습실 등을 오가면서 일을 했기 때문에 노조가 주장하는 것만큼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한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바로 옆 작업실은 냉방 시설이 되어있다는 노조의 주장에 대해서는 "바로 옆 자동차 도료를 만드는 작업실은 압력 조절을 하는 시스템이 설치돼있는데 거기에서 찬 공기가 조금 나온다"며 "여름에는 1∼2도만 떨어져도 시원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노조가) 그렇게 말을 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KCC전주 2공장 측은 "숨지기 전 12주 동안 A씨의 주 평균 근무 시간은 49.5시간으로, A씨와의 합의로 특별연장근로가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노조는 회사에 우선 도의적인 책임을 지라고 요구하는데, 명확하게 사측 잘못이라는 사실이 밝혀져야 책임을 질 수 있을 것"이라며 "정확한 사인 확인을 위해 경찰의 부검 결과를 지켜본 뒤 결과에 따라 성실하게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해당 사고에 대한 원인과 회사 내 작업환경 등을 조사하고 있다.
warm@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06 11:08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