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zine] 유일 고원 도시 태백 ①한강과 낙동강 발원지

2 months ago 8
백승렬 기자

석탄산업 거점에서 청정에너지·관광산업 중심지로 탈바꿈

구와우마을 해바라기밭 [사진/백승렬 기자]

구와우마을 해바라기밭 [사진/백승렬 기자]

(태백=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 태백시는 국내 유일의 고원 도시로, 높은 지대와 숲 덕분에 한여름에도 선선한 기후를 자랑한다. 한강과 낙동강의 발원지이다. 삼수령에서는 빗물이 갈래를 나눠 동해, 서해, 남해로 흘러간다. 1980년대까지 석탄 산업 거점이었으나 이제 청정에너지와 관광산업 중심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태백 바람의 언덕 [사진/백승렬 기자]

태백 바람의 언덕 [사진/백승렬 기자]

폭염주의보와 열대야가 연일 이어지던 여름의 절정, 태백시에는 폭염도 열대야도 없었다. 등산로는 대부분 숲길로 이루어져 있었고 산 정상에는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백두대간의 등줄기가 남쪽으로 내려오다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낙동강과 한강의 발원지가 되는 곳, 태백이다.

◇도심에 솟아나는 낙동강 발원지…황지연못

낙동강 발원지…황지연못 [사진/백승렬 기자]

낙동강 발원지…황지연못 [사진/백승렬 기자]

강원도 태백시에 들어서면 도심 한가운데서 낙동강의 발원지인 황지연못을 만날 수 있다.

기차나 시외버스를 타고 와도 걸어서 10분 거리여서 접근성이 좋다. 황지연못은 황지동에 있다.

'동국여지승람', '척주지', '대동지지' 등 옛 문헌에도 낙동강의 발원지로 기록돼 있다.

연못은 둘레가 100m인 상지, 50m인 중지, 30m인 하지 등 세 개의 연못으로 구성되어 있다.

상지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수굴이 있어 매일 5천여 t의 물이 용출된다.

과거에는 취수원으로 이용되었으며, 1989년 광동댐이 건설되기 전까지 태백시의 주요 생활용수 공급원 역할을 했다.

도심에 솟아나는 낙동강 발원지…황지연못 [사진/백승렬 기자]

도심에 솟아나는 낙동강 발원지…황지연못 [사진/백승렬 기자]

황지연못에서 용출된 물은 대덕산과 함백산 계곡물이 삼수동에서 합류하여 이룬 황지천에 유입된다. 황지천은 태백시를 휘돌아 구문소로 흘러가고, 이곳에서 철암천과 만난다.

석포를 거쳐 낙동강과 합류하여 경상북도, 경상남도를 적신 뒤 부산 을숙도에서 남해로 흘러든다.

태백시는 황지연못을 중심으로 '황지공원'을 조성했는데, 연못 옆 문화광장은 공연 무대와 여름에는 분수대, 겨울에는 스케이트 광장으로 이용한다.

황지천이 휘돌아 나가는 태백시 [사진/백승렬 기자]

황지천이 휘돌아 나가는 태백시 [사진/백승렬 기자]

전설에 따르면, 황부자 집터가 연못이 되었다고 하여 황지라고 부른다.

그전에는 하늘 못이라는 뜻의 천황이라고도 불렸다.

욕심 많고 심술궂은 황부자가 노승에게 쌀 대신 쇠똥을 퍼 주었고, 이를 본 며느리가 노승에게 잘못을 빌며 쌀을 시주했다.

이에 노승이 "집의 운이 다하여 큰 변고가 있을 터이니 절대 뒤를 보지 말고 나를 따라오시오."라는 말을 했다.

며느리가 노승을 따라가다 뒤를 돌아보자 황부자 집은 땅 밑으로 꺼져 연못이 되었고, 황부자는 이무기가 되어 연못 속에 살게 되었다.

상지에는 황부자와 며느리 상이 있다. 상지 입구에 전설의 내용을 담은 석상이 세워져 있다.

◇동해·남해·서해로 물길이 갈라지는 삼수령(三水嶺)

황지연못에서 정선 쪽으로 올라가다 35번 국도와 백두대간길 이정표를 보고 우회전해 자동차로 5분 정도 오르막길을 오르면 삼수령에 도착한다.

삼수령은 강원도 태백시 삼수동과 황연동의 경계에 있는 해발 935m의 고개이다.

삼수령 [사진/백승렬 기자]

삼수령 [사진/백승렬 기자]

백두대간은 태백시 중심부에 이르러 서쪽으로 방향을 틀며 동남쪽으로 낙동정맥을 분기한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물이 서쪽 경사지로 흐르면 한강이 되고, 남쪽 경사지로 흐르면 낙동강이 되며, 동쪽 경사지로 흐르면 삼척의 오십천으로 흘러간다.

이처럼 세 방향으로 물길이 나뉘는 분수령이기 때문에 삼수령이라 불린다.

삼수령은 태백 시내 평균 해발 높이인 700m보다 약 230m 높다.

35번 국도를 타고 오를 때는 그 높이를 실감하기 어렵지만, 정상 부근에서 동쪽으로 난 가파른 절벽과 확 트인 절경은 지나가는 이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삼수령 표지석 [사진/백승렬 기자]

삼수령 표지석 [사진/백승렬 기자]

삼수령에서 북쪽으로 흐르는 골지천은 정선 아우라지를 거쳐 남한강을 이루어 서해로 흘러간다.

남쪽으로 흐르는 황지천은 구문소를 거쳐 낙동강을 이룬다.

삼수령의 다른 이름은 피재이다.

옛날 황지 지역이 도참설에 의해 이상향으로 여겨져 삼척 지방 사람들이 난리를 피해 이 고개를 넘어 피난을 왔기 때문에 붙여졌다.

◇한강 발원지 검룡소

삼수령을 넘어 자동차로 10여 분 가다 대덕산 탐방로 쪽으로 좌회전해 5분 정도 오르면 '민족의 젖줄'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 주차장이 나온다.

주차장에서 포장된 길을 따라 50여 미터 걸어가면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라는 비석이 세워져 있다.

비석에서 500여 미터를 더 걸어가면 갈림길이 나오기 전, 이정표가 나타난다.

이정표에는 검룡소 1.0㎞, 검룡소 주차장 0.5㎞, 분주령 1.7㎞, 대덕산 2.8㎞라고 쓰여 있다.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 검룡소탐방지원센터가 있다.

이곳부터 검룡소까지는 1.0㎞ 계곡 옆길을 따라가면 된다.

검룡소 표지석과 이정표 [사진/백승렬 기자]

검룡소 표지석과 이정표 [사진/백승렬 기자]

주차장에서 검룡소까지 가는 1.5㎞ 길은 초록이 우거진 숲길로, 시원한 산들바람을 맞으며 걸을 수 있다.

검룡소 입구에 도착한 관광객 중 일부는 검룡소로, 일부는 대덕산과 분주령으로 향한다.

검룡소로 가는 사람들은 운동화와 평상복 차림으로 카메라를 든 사람이 많다.

검룡소 가는 길은 약간의 경사가 있지만 거의 평지여서 누구나 간편한 복장으로도 갈 수 있다.

반면, 대덕산과 분주령을 오르는 사람들은 등산화를 신고 배낭을 멨다.

검룡소는 강원도 태백시 창죽동에 있는 분출수로, 대덕산과 함백산 사이 금대봉(해발 1,418m) 자락의 800m 고지에 있는 소(沼)이다.

금대봉 기슭의 제당굼샘, 고목나무샘, 물골의 물구멍 석간수와 예터굼에서 솟아나는 물이 지하로 스며들었다가 이곳에서 다시 솟아난다.

1987년 국립지리원에 의해 한강 발원지로 공식 인정받았으며, 2010년 8월 국가유산청에 의해 대한민국의 명승 제73호로 지정됐다.

검룡소 일대 계곡은 특이하고 아름다운 지형·지질학적 경관을 이루고 있으며, 희귀한 동식물상이 많다.

검룡소는 고생대 조선 누층군 막골층의 석회암반을 뚫고 하루 2천여 톤의 지하수가 솟아나는 냉천(冷泉)으로, 사계절 섭씨 9도 정도의 수온을 유지한다.

소에서 나온 물은 20여 미터 계단 모양의 폭포를 이루며, 폭포 아래는 오랜 세월 흐른 물줄기로 인해 깊이 1~1.5m, 폭 1~2m의 암반이 푹 파여 있다.

물줄기가 이곳을 흐를 때 용틀임하는 것처럼 보인다.

검룡소 바로 아래 계단 폭포 [사진/백승렬 기자]

검룡소 바로 아래 계단 폭포 [사진/백승렬 기자]

검룡소에서 많은 지하수가 나오는 이유는 물이 잘 스며드는 석회암 지대에 빗물과 지하수가 합쳐져 단층과 절리 같은 단열대를 따라 흐르다가 지표로 나오기 때문이다.

이 소에서 발원한 물은 한강의 발원천으로 알려진 골지천을 흘러 남한강으로 유입되어 약 500km 이상을 흘러 인천 앞바다로 들어간다.

전설에 따르면, 서해에 살던 이무기가 용이 되려고 강줄기를 거슬러 올라와 이곳에 머무르고 있다고 한다.

물이 솟아오르는 굴속에 검은 용이 살고 있다는 것이 검룡소 이름의 유래이다.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4년 9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srbaek@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05 08:00 송고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