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 태백의 마지막 탄광인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는 지난 7월 문을 닫았다.
석탄산업과 함께 성장한 태백시는 이제 청정에너지와 관광도시로 변신하고 있다.
◇'석탄 전성시대'를 이끈 장성광업소
태백산맥의 주령인 태백산(해발 1,567m), 북쪽의 함백산(1,572m), 남쪽의 연화봉(1,052m)과 청옥산(1,276m)으로 둘러싸인 해발 700m의 고원지대에 위치한 태백시는 1970년대 석탄 관련 광업으로 발전했다.
1981년 삼척군 장성읍과 황지읍을 합쳐 태백시로 승격됐다.
1930년대 일제가 한반도를 대륙침략의 병참 기지화하면서 삼척탄광을 본격 개발했으며, 한국전쟁으로 생산이 중단됐다가 1950년 대한석탄공사 창립 이후 장성은 국내 최대 탄광으로 변신했다.
석탄산업은 태동(개광∼1930년), 일제 자원 수탈·광복·국영 개발(1930∼1956년), 중흥(1957∼1966년), 주유종탄정책(1967∼1973년), 에너지 위기 극복(1974∼1986년), 석탄산업 합리화(1987∼2000년) 시기로 이어진다.
중흥기 석탄산업은 고속 성장을 거듭했으며, 그 중심에 장성광업소가 있었다.
산업 합리화 이후 태백 지역 탄광은 문을 닫기 시작해, 지난 7월 1일 마지막으로 장성사업소가 문을 닫으면서 모두 폐광됐다.
'석공인이 흘린 피와 땀, 불굴의 정신은 민족 활로를 열고 조국 번영의 밑거름이 됐다'는 석공 50년사 발간 내용처럼, 각종 재해로 수많은 광부가 목숨을 잃거나 다쳤다.
대한석탄공사 재해 통계자료에 따르면, 공사 창립 이후 1950년부터 지난해까지 장성광업소에서는 사망자 574명을 포함해 2만3,362명의 재해 사상자가 발생했다. 재해는 작업 여건이 열악했던 석탄공사 설립 초기부터 중흥기인 1960년대, 연탄 한 장이 아쉬웠던 1970년대까지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1975년, 전국에서 유일하게 광도(鑛都)라 불리던 태백시에 탄광업계와 강원도가 주도하여 강원 지역의 지하자원 개발 과정에서 희생된 광부들의 위패를 안치하고 넋을 위로하는 산업전사 위령탑을 세웠다.
태백시 황지동, 속칭 바람부리 언덕에 위치한 산업전사 위령탑에는 현재 4천여 위의 위패가 봉안되어 있으며, 매년 태백제 기간에 위령제를 지낸다.
◇철암탄광역사촌
철암탄광역사촌은 옛 탄광촌 상가들을 그대로 보존한 생활사박물관이다.
철암천변을 따라 이어지는 주택 및 상가 건물은 1980년대 탄광촌의 모습을 보존했다.
외관은 폐점한 가게처럼 보이지만, 내부는 탄광의 역사를 담은 전시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잊혀가는 석탄산업의 역사와 광부들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들여다볼 수 있다.
건물 밖으로 나와 강가에서 보면, 주거 공간이 부족하던 시절 하천 바닥에 지지대를 만들어 주거 공간을 넓힌 까치발 건물을 볼 수 있다.
1970년대 철암 지역은 광부가 되려는 이들로 붐볐다.
철암연립상가부터 산비탈 판자촌까지 도시가 급속도로 확장되었다.
경기가 좋았던 시절에는 개도 1만 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닌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
철암은 광부들에게 고임금과 위험수당이 보장된 '기회의 땅'이었다.
철암의 영화는 레트로 감성으로 철암탄광역사촌에 남아 있다.
철암탄광역사촌은 11개 건물 중 6개 건물을 전시 공간으로 꾸몄다.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첫째·셋째 월요일은 휴관이다.
입장료는 없다. 페리카나, 호남슈퍼, 진주성, 봉화식당, 한양다방 등 각각 독립된 공간으로 취향에 맞게 골라 들어갈 수 있다.
전시실에서는 탄광촌의 각종 장부, 철암 지역 학생들의 성적표, 계약서, 광부들이 매일 같이 마셨던 소주 등을 전시하고 있다.
또한, 파독 광부와 간호사에 관한 기록도 전시하고 있다.
하천을 건너 언덕을 오르면 삼방동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 주변은 탄광의 사택으로 사용되던 주택들이 있으며, 지금도 사람이 살고 있다.
전망대에서 철암역 쪽을 바라보면 탄광역사촌과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된 태백 철암역두 선탄시설이 한눈에 들어온다.
선탄시설은 철암역과 연결되어 있으며, 장성광업소에서 지하 터널로 보낸 원탄을 선별·가공해 화물열차에 싣는 곳이다.
장성광업소와 철암역두 선탄시설은 올해 6월 말 영업을 중단했다.
철암역은 1940년 영업을 시작했다.
장성에서 생산한 무연탄이 철암역을 거쳐 전국으로 나갔기에 그 위상이 대단했다.
1980년대에는 강릉역 역무원이 28명, 철암역 역무원이 300여 명이었다고 한다.
석탄 산업이 쇠퇴하며 철암역의 위상도 떨어졌지만, 백두대간협곡열차(V-Train) 시발역이자 종착역이 되면서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태백체험공원
태백체험공원은 태백시 소도동에 위치한 체험 관광지다.
2006년에 개장한 이 공원은 옛 함태탄광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만들었다.
총 3층으로 구성된 공원에는 현장학습관, 탄광 사택촌, 체험 갱도 등의 시설이 있어 생생한 탄광 체험이 가능하다.
전시실에서는 탄광의 역사와 광부들의 삶을 다양한 유물, 사진, 영상으로 볼 수 있다.
또 실제 갱도와 승강기를 체험할 수 있는 갱도실도 있다.
연탄 찍기, 아트 체험, 무지개 열차 등 다양한 체험 행사도 제공한다. 태백산 자락에 있어 국립공원과 연계한 휴가지로도 적합하다.
주변에는 태백산국립공원, 부쇠봉, 당골계곡 등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많아 산책이나 트래킹을 즐길 수 있다.
◇태백석탄박물관
태백석탄박물관은 한국 석탄 산업의 변천사와 석탄의 역사적 사실들을 한데 모아 놓은 국내 최대의 석탄 전문 박물관이다.
1997년 개관한 이 박물관은 광산 근로자들의 업적을 되새기고 석탄의 역사성을 재조명한다.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로, 암석, 광물, 화석, 기계·장비, 도서·문서, 생활용품 등 약 7천450종의 소장품을 전시하고 있다.
제1~3전시실에서는 지구의 탄생에서 석탄과 광물의 생성, 채굴과 채탄 방법 등을, 제4~7전시실에서는 광부와 탄광촌의 생활상을 전시한다.
제8전시실은 실제 탄광갱도를 재현한 곳으로, 특수효과를 이용해 갱이 무너지는 듯한 광경을 연출한다.
야외전시장에는 채탄기, 권양기, 광차 등 대형 광산장비가 시대별로 전시되어 있다.
◇통리탄탄파크
통리탄탄파크는 태백시 통동에 있는 체험형 테마파크이다.
본관에서는 구문소의 용궁 설화를 모티브로 한 라이브스케치, 여섯 대륙의 대표 동물들을 만날 수 있는 증강현실(AR) 체험 포토존, 수호천사가 되어 태백을 구하는 건슬레이어즈(슈팅게임) 등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폐갱도를 활용한 '기억을 품은 길'과 '빛을 찾는 길'에서는 가족의 이야기를 찾고,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테마의 디지털 콘텐츠와 어우러진 음악을 감상할 수 있어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두 갱도를 잇는 산책로와 곳곳에 있는 포토존을 통해 힐링타임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특히, '기억을 품은 길'을 나가면 확 트인 풍경이 색다른 감동을 주며, 산책로를 걸으며 맞는 시원한 백두대간의 바람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어준다.
◇상장동 벽화마을
상장동 벽화마을은 태백시 상장동에 있는 탄광 이야기 마을이다.
2011년부터 태백시 뉴빌리지 운동의 하나로 시작된 주민 주도형 벽화마을이다.
석탄산업의 몰락으로 광산들이 없어진 낙후되고 인적이 드문 마을을 주민들이 인력 봉사에 자진 참여하고 재능 기부를 통해 새로운 마을로 탈바꿈시켰다.
벽화는 캄캄한 어둠 속에서 탄을 캐던 광부들의 삶과 가족들의 모습, 그리고 탄광촌의 일상과 전설을 세심하게 표현했다.
상장동 벽화마을은 작은 담장, 작은 집, 좁은 골목과 그사이에 심어진 꽃들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다.
힘들었던 시절의 역사와 문화를 되돌아볼 수 있다.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4년 9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srbaek@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12 08: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