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와 영국 ESG펀드 중 약 3분의 1, 방산주 11조3천억원 보유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방위산업체에 대한 인식이 호의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국 정부가 방위산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고, 투자자들도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나타나면서 그동안 이에 대한 투자를 꺼리던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 펀드들도 방산업체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모닝스타 다이렉트의 분석을 인용, 유럽연합(EU)과 영국의 ESG펀드 가운데 약 3분의 1이 방산업체 주식 77억 유로(약 11조3천989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22년 1분기의 32억 유로(약 4조7천,372억원) 규모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금액이다.
이는 부분적으로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방산업체들 주가가 급등한 데 따른 것이지만, 투자자들이 오랫동안 불매운동이나 학생 시위의 대상이 되어온 무기 제조업체의 주식을 사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의미도 된다.
자산운용사 리걸 앤 제너럴의 소냐 라우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리가 실제로 나라를 방어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최우선으로 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집속탄이나 지뢰 등 논란이 많은 무기 생산업체에 대한 투자는 하지 않는 것이 원칙으로 확립돼 있다.
하지만 방위산업체에 대한 인식은 바뀌고 있다.
모닝스타 분석에 따르면 항공우주 및 방위기업 주식을 5% 이상 보유한 유럽 ESG 펀드 수는 지난 2년 동안 22개에서 66개로 세 배 증가했다.
아문디의 인덱스 솔루션 CAC 40 ESG펀드나 BNP파리바의 이지 CAC 40® ESG ETF 등은 관련주 비중이 10%를 넘어섰다.
모닝스타의 마이클 필드 유럽 주식 전략가는 "방산 분야가 ESG 펀드로서는 꺼리는 쪽이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펀드매니저들이 '열린 마음으로' 이 분야를 보게 되면서 투자자들의 인식도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전체 ESG펀드의 방산 부문 비중은 1% 미만이다.
필드는 "방산업은 이전에는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관심을 갖지 않는 분야였지만 이제는 투자해야 한다고 느끼는 분야로 바뀌었고, 그렇지 않으면 뒤처질 수 있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유럽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지수는 주요 업체 주가가 급등하면서 2022년 초 이후 1.8배 상승했다.
방산 테마 뮤추얼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보유액도 2022년 1월 58억 달러에서 2024년 7월에는 176억 달러로 세 배 이상 증가했다.
미국의 ESG 펀드도 항공우주 및 방위 분야 보유액이 2022년 2분기 7억7천900만 유로에서 2024년 2분기 12억 유로로 늘었다.
satw@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02 16:0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