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110여개 갤러리 참여…"고가 대작보다 적당한 가격의 소품 많아"
공동개최 키아프 서울 예년보다 호평… '차별화 전략 성과' 평가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국내 미술계 최대 행사로 자리 잡은 국제아트페어(미술품 장터) 프리즈 서울이 4일 오전 서울 코엑스에서 VIP 사전관람(프리뷰)을 시작으로 막을 올렸다.
2022년 시작돼 올해로 3회째인 프리즈 서울에는 지난해보다 10여개 적은 국내외 110여개 갤러리가 참여해 부스를 꾸렸다.
세계 최대 갤러리인 거고지언(가고시안)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을 전면에 내걸었고,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구사마 야요이의 스테인리스 스틸 호박 작품과 노란색 호박 회화를 대표 작품으로 내세웠다. 부스 정중앙에 리타 애커맨의 회화를 배치한 하우저앤워스는 마크 브래드포드의 회화 작품과 대리석과 천으로 만든 루이스 부르주아의 2003년 작 '펨'(Femme)을 선보였다.
국내 갤러리로는 갤러리 현대가 전준호의 개인전 형식으로 부스를 꾸몄고 아라리오 갤러리는 류인의 조각과 이진주의 그림을 하이라이트로 소개했다.
고대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작품까지 걸작을 소개하는 '프리즈 마스터스' 섹션에는 수십억원대 고가 작품들도 내걸렸다.
프리즈 서울 첫 해 파블로 피카소의 자화상을, 지난해에는 제프 쿤스의 3m 크기 '게이징 볼'을 선보여 인기 부스로 자리잡은 로빌란트 보에나(R+V) 갤러리는 올해는 500만달러(약 67억원) 상당의 앤디 워홀의 1981년 작 '신화'(Myths)를 전면에 내걸었다.
가나아트 갤러리 부스에는 65억원 수준인 김환기의 1964년 작품 '새벽별'이 나왔다. 프랑스의 레정뤼미니르 갤러리가 들고 온 14세기 채색 필사본 사본도 100만달러 이상에 판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페로탕 갤러리의 무라카미 다카시의 작품과 탕 컨템포러리 갤러리의 리우웨이 작품 등은 '포토 스팟'이 되면서 관객들이 몰리기도 했다.
3회째를 맞는 만큼 프리즈 서울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 시작됐다. 가수 겸 배우인 비와 세븐틴의 조슈아, 르세라핌의 허윤진 등 연예인을 비롯해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 이웅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 등 기업인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지만 이른바 '셀럽'들의 방문은 예년보다 줄어든 모습이었다.
행사장을 둘러본 미술계 관계자들은 그동안 프리즈 서울에 참여한 해외 갤러리들이 한국 시장과 컬렉터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에 맞춘 작품들을 내놓은 것 같다는 평가를 많이 내놓았다.
프리즈 서울 전시장에서 만난 한 큐레이터는 "대체적으로 소품들이 많았던 느낌"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미술계 관계자는 "작품 가격대가 확실히 많이 낮아진 것 같다"며 "특히 해외 갤러리들은 비싸고 큰 작품을 갖고 와봐야 팔리지 않는다는 것을 학습해 '팔리는' 가격대의 작품을 들고 온 듯하다"고 말했다.
첫날 행사장은 주최 측이 시간대를 나눠 VIP 티켓 소지자들을 입장시키면서 관람객이 지나치게 몰리거나 한산하지 않고 적당히 붐비는 분위기였다. 외국인 관람객들도 상당수 눈에 띈 가운데 올해는 특히 해외에서 온 미술계 관계자들의 방문이 크게 늘었다고 참여 갤러리들은 전했다.
국내 한 갤러리 홍보 담당자는 "프리즈 서울이 시작된 이후 해외 미술계 인사들이 가장 많이 온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갤러리 대표는 "프리즈 서울 첫 해 관심이 없었던 해외 미술계 인사들이 지난해에도 반신반의했다면 올해는 당연히 가야 하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제임스 코흐 하우저앤워스 갤러리 파트너는 "올해 특히 광주비엔날레와 부산비엔날레 덕분에 아트페어와 서울 아트위크에 대한 관심과 에너지가 더욱 폭발적이었다"며 "여러 박물관 큐레이터·기관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새로운 인연도 많이 만들었다"고 말했다.
프리즈 측은 이날 프랜시스 모리 전 영국 테이트모던 관장, 마이클 고반 미국 LA카운티미술관(LACMA) 관장, 스타 큐레이터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등을 비롯해 마야 호프만, 에반 차우 등 유명 컬렉터들이 행사장을 찾았다고 소개했다.
시장 침체 속에서도 첫날 일부 갤러리들은 좋은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실적을 공개한 갤러리 중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는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그림을 15억원대에 판매했고 글래드스톤 갤러리는 리움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아니카 이의 조각 여러 점을 각각 2억원대에 판매했다. 하우저앤워스에서는 리타 애커만의 회화를 비롯해 니콜라스 파티와 헨리 타일러 등 수억대 작품이 여러 점 팔렸다. 데이비드 즈워너는 작품 가격을 밝히지 않은 채 게르하르트 리히터와 로버트 라이먼, 캐서린 번하트 등의 작품이 판매됐다고 전했다.
국내 갤러리 중에서는 PKM갤러리가 대표 작품으로 내건 유영국의 회화 작품을 20억원대에 판매했고 국제갤러리는 양혜규와 문성식, 이희준 등의 작품이 판매됐다고 공개했다.
한편 미술품 경매사 서울옥션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강남센터에서 진행 중인 특별전에 나온 구사마 야요이의 100호 크기 '호박' 작품을 판매했다고 전했다. 서울옥션은 이 작품이 프라이빗 세일 형태로 판매돼 판매가를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보험가가 1천만달러(약 134억원)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코엑스에서는 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하는 국제아트페어 키아프 서울도 이날 함께 시작했다. 키아프 서울에 참여한 206개 갤러리 중 3분의 1 이상이 해외 갤러리다.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에 함께 참여한 국내 갤러리들은 각각의 부스를 차별화하는 전략을 썼다. 프리즈 서울에서 국내외 소속 작가를 다양하게 소개한 국제갤러리는 키아프 서울에서는 한국 여성 1세대 조각가 김윤신의 작품으로만 부스를 꾸몄다. 행사장에는 김윤신 작가가 직접 나와 관객들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반면 프리즈 서울에서 전준호 개인전 부스를 선보인 갤러리 현대는 키아프에서는 소속 작가를 소개했다. 아라리오갤러리는 프리즈 서울에서는 유명 작가들을, 키아프 서울에서는 국내 소속 작가를 알리는 데 주력해 부스를 꾸몄다.
키아프 서울을 두고는 예년보다 좋은 평가가 나왔다. 참가 갤러리 심사를 강화하고 신작 위주로 출품하게 하는 등 차별화 전략이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판매 실적은 갤러리별로 차이가 있었다. 키아프에 참가한 한 국내 소형 갤러리 대표는 "첫날 판매된 작품만으로 참가비를 모두 충당했다"고 전했지만 또 다른 소형 갤러리 대표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zitron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04 22:04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