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노나 라이더 등 1편 배우들 그대로 출연…팀 버튼 감독 연출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팀 버튼 감독의 할리우드 영화 '비틀쥬스'(1988)는 독특한 세계관과 기발한 상상력으로 흥행을 거둔 명작이다.
판타지에 오컬트, 코미디를 버무린 이 영화는 살아 있는 사람과 사후 세계의 유령이 뒤섞여 한바탕 소동을 빚으면서 웃음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앳된 얼굴의 17세 배우 위노나 라이더는 유령과 교감하는 소녀 리디아를 연기해 할리우드 스타로 떠올랐다.
'비틀쥬스'의 뒷이야기를 그린 속편이 36년 만에 나왔다. 4일 개봉한 '비틀쥬스 비틀쥬스'(이하 '비틀쥬스 2')다. 이번에도 버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올해 53세인 위노나 라이더는 중년의 리디아로 나온다. 리디아는 죽은 사람과 소통하는 능력으로 TV 쇼를 진행하는 유명인이 돼 있다.
남편을 여읜 리디아는 어린 시절 자기처럼 도통 말을 안 듣는 딸 아스트리드(제나 오르테가 분)와 티격태격하면서 살아간다.
리디아의 아버지가 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떠나 어머니 딜리아(캐서린 오하라)를 비롯한 가족이 장례식을 치르려고 옛집에 모이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스트리드가 유령의 꾐에 빠져 사후 세계로 넘어가 버리자 리디아가 어린 시절 자신에게 청혼했던 악령 비틀쥬스(마이클 키튼)에게 도움을 청하면서 또 한 번 소동이 벌어진다.
1편의 주연배우 키튼, 라이더, 오하라 등이 나이 든 모습으로 다시 나온 '비틀쥬스 2'는 1편의 팬들이 추억에 빠져들기엔 더없이 좋은 작품이다.
1편 마지막 장면에서 공중에 뜬 채 귀엽게 춤추던 리디아를 못 잊는 관객이라면 중년의 리디아와 재회하는 게 어찌 반갑지 않겠는가. 할머니가 돼서도 철이 안 든 딜리아의 모습을 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일 것이다.
제작진은 유령이 출몰하는 리디아의 집을 포함해 1편의 주요 공간을 거의 그대로 재현한 70여개 세트에서 촬영해 연속적인 느낌을 더했다.
'비틀쥬스 2'에 새로움을 불어넣는 건 아스트리드를 비롯해 비틀쥬스의 전처인 악령 델로레스(모니카 벨루치), 사후 세계의 형사 울프 잭슨(윌렘 대포), 리디아의 약혼자 로리(저스틴 서룩스) 등 새 얼굴들이다.
이렇게 화려한 캐스팅의 '비틀쥬스 2'가 1편을 모르는 젊은 관객도 매혹할 만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는지는 의문이다.
카리스마 넘치는 델로레스는 처음 등장할 때부터 강렬한 인상을 풍기지만, 그 공포감은 중간에 맥이 끊긴다.
악령에 씐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게 노래하고 춤추는 장면도 1편 등장인물들이 '데이-오 바나나 보트 송'을 부르는 유명한 장면만큼 인상적이진 못하다.
버튼 감독은 '비틀쥬스'뿐 아니라 '배트맨'(1990), '가위손'(1991), '배트맨 2'(1992), '혹성 탈출'(2001), '빅 피쉬'(2004), '찰리와 초콜릿 공장'(2005) 등에서 독창적인 세계관을 펼쳐낸 판타지의 거장이다.
'비틀쥬스 2' 제작진은 컴퓨터그래픽(CG)을 최소화한다는 그의 원칙에 따라 세트와 소품을 일일이 제작하는 공을 들였다고 한다.
이 영화는 올해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상영됐다.
104분. 12세 관람가.
ljglory@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04 05: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