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교수 "한동훈 대표 말 사실이라면 논의 가능…대통령실·정부 메시지가 중요"
의료계 내부 자성 목소리도…대한의학회장 "의료계, 정책적인 대안 소홀했다"
(서울=연합뉴스) 권지현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의제 제한 없는 여야의정 협의체' 이야기를 꺼내자 의료계 일각에서도 대화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11일 방재승 서울의대 교수(전 교수비대위 위원장)는 CBS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여야의정 협의체는 개인적으로는 환영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대표가 한 말이 그대로 진실성 있게 지켜진다면 의료계 쪽도 (협의체에) 들어가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동훈 대표는 전날 기자들의 '협의체 의제에 제한이 없나'라는 질문에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답했다. 이어 의료계가 요구하는 '2025년 증원 백지화', '장·차관 경질'도 논의할 수 있는지 묻자 "모여서 무슨 이야기를 못하겠나. 대화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에 방 교수는 "의료계 쪽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많은 건 사실"이라며 "'7대 요구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테이블에 앉을 생각이 없다는 것은 중간 지점이 없는 것이다. 한 대표 말이 진짜라면 의료계 참여가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7대 요구 조건은 '의대 증원 및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전면 백지화' 등 전공의들이 의정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운 7가지 요구사항을 말한다.
다만 방 교수는 "(한 대표의 발언은) 어디까지나 국회의 이야기"라며 "대통령실, 정부 쪽에서 '2025년 정원 백지화는 전혀 생각이 없다'고 하면 완전히 물거품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진우 대한의학회 회장도 이날 연합뉴스에 "한 대표 말을 환영한다"며 "그런 정도의 조건이 형성되면 논의를 해볼 수 있지 않겠나. '이건 되고 저건 안 된다'는 식으로 결정해 놓고 협의체를 시작하자고 하면 의료계 내부에서도 참여할 동력이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이 회장도 "결국 정부에서 긍정적인 메시지(2025년 정원 재논의)가 나와야 논의를 시작해 볼 수 있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계 내부의 자성을 촉구하는 발언도 했다.
이 회장은 "의료계 내부에서도 우리가 어떤 걸 원하는지 정책적인 대안 부분에서 준비가 소홀했다고 본다"며 "분위기 조성 전에 선제적으로 건강한 논의를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점에서는 의료계가 반성해야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지난 9일 전공의와 의대생이 정부와 정치권이 제안하는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해 끝장토론을 해야 한다는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의대생 대표 1인, 전공의 대표 1인, 여당과 야당 대표 각 1인, 총리, 대통령실장 등 6명이 참여하는 끝장토론을 여야의정 협의체에서 열되, 토론 결과가 나올 때까지 내년 의대 신입생 모집요강 발표를 연기하자"며 "의협은 전공의와 의대생에게 모든 협상의 대표성을 부여하고 의결 권한을 위임하는 등 전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fat@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11 11:49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