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춘천박물관, 11일 특별전 개막…인왕제색도·달항아리 한자리에
강원 지역 특색 살린 '마지막' 국내 순회전…주말·휴일 예약제로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조선 후기 화가인 겸재 정선(1676∼1759)은 그가 평생을 살아온 터전이었던 인왕산을 화폭에 남겼다.
어느 여름날 비가 쏟아지고 안개가 피어오른 산은 그 자체로 장관이었다.
그는 어떤 색도 없이 그저 먹물을 가득 묻힌 붓으로 때로는 짙게, 때로는 옅게 바위산을 그려나갔다. 70대 중반의 노(老) 화가가 완성한 역작,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다.
조선 후기 진경산수화를 대표하는 최고 걸작 '인왕제색도'를 비롯해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이 평생에 걸쳐 모았던 옛 그림과 도자 등이 강원 춘천을 찾는다.
국립춘천박물관은 오는 11일부터 본관 기획전시실에서 고 이건희 회장의 기증품을 소개하는 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를 선보인다고 10일 밝혔다.
서울, 광주, 대구, 청주, 제주를 잇는 국내 순회 전시의 마지막 여정이다.
수집가가 '강원 별장'을 찾는다는 콘셉트로 열리는 전시에서는 강원 지역과 관련한 기증품을 포함해 서화, 도자, 공예품 등 총 282점을 한자리에서 보여준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강원도 반닫이를 만날 수 있다.
조선시대에 쓰던 수납 가구인 반닫이는 지역마다 모양새가 다른데, 강원 지역에서는 단단한 소나무를 써서 반닫이를 두껍게 제작한 점이 특징이다.
예부터 풍광이 아름답다고 소문난 금강산 관련 그림도 주목할 만하다.
문인 화가 강세황(1713∼1791)이 금강산 가는 길목에 있는 금성(지금의 김화) 피금정에 들린 기억을 떠올리며 그린 '피금정도', 금빛으로 표현한 '금강산도' 등이 전시된다.
11월에 선보일 예정인 '금강산도'는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되는 작품이다.
유려한 곡선이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는 조선시대 달항아리는 지름이 45㎝에 이르는 대형 작품으로, 춘천 전시를 통해 관람객과 처음으로 만나게 될 예정이다.
다채로운 수집품을 주제별로 나눠 소개한 부분은 특히 눈여겨볼 만하다.
인삼 잎 모양이 돋보이는 고려시대 청자 '인삼 잎무늬 매병'은 해외에서 수집한 유물로, 기존에 보물로 지정된 매병과 기법이나 문양이 비슷해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선비들의 기개가 담겨있는 듯한 국보 '백자 청화죽문 각병', 강원의 자연을 닮은 듯한 보물 '백자 청화동정추월문 항아리' 등은 별도 공간에 놓여 다각도로 볼 수 있다.
빛에 약한 옛 서화 작품을 보호하기 위해 전시 기간에는 일부 작품을 교체할 예정이다.
'인왕제색도'와 불화인 '고려 천수관음보살도'는 10월 6일까지 전시하며, 그 이후에는 김홍도의 '추성부도'와 '수월관음도'가 11월 3일까지 소개된다.
주요 전시품은 이번 전시 이후 한동안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건희 회장의 기증품을 소개하는 전시는 2025년 11월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을 시작으로 시카고박물관, 영국박물관 등 해외에서 열릴 예정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이번에 소개하는 서화 대부분이 국외 전시에 출품될 예정"이라며 "'인왕제색도' 등 한동안 국내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작품을 감상할 기회를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11월 24일까지 무료로 열린다.
단, 주말과 공휴일에는 시간당 60명씩 예약제로 관람할 수 있다.
지금까지 '어느 수집가의 초대' 초대를 본 관람객은 100만명 이상이다.
2021년 4월 28일 이건희 회장 유족이 문화유산 2만1천693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지 1년을 기념해 2022년 4월 열린 서울 전시에는 22만9천892명이 관람했다.
이후 광주 30만9천733명, 대구 26만3천823명, 청주 16만8천91명, 제주 10만4천834명 등 국내 순회 전시의 누적 관람객은 107만6천373명에 달한다.
yes@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10 14:14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