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 25만원'에 '국가 책무'까지…지역상품권, 골머리 앓는 정부

2 months ago 2

국회 행안위, 지역화폐법 민주당 과반 찬성 의결

與 "이재명 하명법…전국민 25만원 지원 상설화"

정부도 "예산권 침해…소비진작 효과 없어" 반대

민주, 12일 본회의 처리…정부여당 '거부권' 수순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지난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신정훈 행정안전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4.09.05.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지난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신정훈 행정안전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4.09.0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강지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하는 이른바 '전국민 25만원 지원법'에 이어 지역사랑상품권에 대한 국가의 재정 지원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두면서 이를 둘러싼 여야 공방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이들 법안이 모두 "정부의 예산권 침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향후 대응 방안 등을 놓고 거듭 골머리를 앓는 모습이다.

8일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 5일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지역화폐법) 개정안을 야당인 민주당 과반 찬성으로 의결하고, 이를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겼다.

개정안은 국가가 지역사랑상품권에 대해 의무적으로 재정 지원을 하도록 하고, 지역사랑상품권 활성화를 위해 5년마다 기본계획을 수립하며 실태조사를 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역사랑상품권은 2017년부터 지방자치단체가 지역화폐 등의 이름으로 발행하고 있는데, 정부가 지자체에 지역사랑상품권의 발행·판매·환전 등 운영에 필요한 행·재정적 지원을 하도록 해 상품권 발행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정부가 지난해 예산안부터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국회 심의 과정에서 일부 증액되는 모습이 반복되면서 활성화에 많은 제약이 있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내년 예산안에도 관련 예산은 편성되지 않았다.

그러나 여당인 국민의힘은 반발하고 있다.

행안위 여당 간사인 조은희 의원은 "현금 살포를 의무화하는 악법 중의 악법"이라며 "'이재명 하명법'이라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지역화폐는 전국민 25만원 지원법과 함께 이재명 대표의 공약 중 하나다.

같은 당 배준영 의원도 "전국민 25만원 지원법을 상설화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내 세금 살포법"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전 국민을 대상으로 소득 수준에 따라 25만~35만원의 지원금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는 '민생위기 극복을 위한 특별조치법안'(민생지원금 특별법)이 국회 재표결을 앞두고 있는데, 개정안은 이를 상시화하겠다는 것이란 얘기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과 대화하고 있다. 2024.09.02.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과 대화하고 있다. 2024.09.02. [email protected]


소관 부처인 행정안전부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개정안의 행안위 의결 직후 인사말을 통해 "개정안은 '자치 사무는 자치단체가 경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원칙에 위배된다"며 "정부의 예산권이 침해될 소지도 크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또 수도권 등 재정 여력이 충분한 지자체에 많은 예산이 가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발생해 지역균형 발전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지역사랑상품권의 소비진작 효과 역시 크지 않다는 게 정부 주장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2020년 9월 '지역 화폐의 도입이 지역 경제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서 "모든 지자체가 지역 화폐를 발행하는 경우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사라진다"고 제언한 바 있다.

여기에 재정 부담과 부정유통 가능성도 정부가 우려하는 부분 중 하나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되살아나긴 했지만, 지난해와 올해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에는 각각 3000억원이 소요됐다. 이에 앞서 2022년에는 7000억원 넘게 관련 예산이 투입됐다.

행안부는 최근 지역사랑상품권을 발행한 전국 190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일제 단속을 실시한 결과, 올해 상반기 141건의 부정유통을 적발했다며 사실상 전국민 25만원 지원법을 겨냥한 조사를 발표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법사위를 거쳐 추석 전인 오는 12일 본회의를 열고 지역화폐법을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입법 폭주 행태"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만약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에 의해 (지역화폐법이) 강행 처리된다면 반드시 대통령 재의 요구권(거부권) 행사 및 재표결 후 폐기돼야 하는 악법"이라고 밝혔다.

일단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국회 본회의는 통과하겠지만,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입법을 저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재표결 시에는 재적의원 과반 출석,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지난달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전국민 25만원 지원법도 같은 달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함에 따라 오는 26일 본회의에서 재표결을 앞둔 상태다.

다만 민주당의 지역화폐법 강행 처리로 정국이 경색되고 있고, 추석 전까지 정쟁으로 얼룩진 모습을 비치는 것은 부담되는 만큼 해당 안건이 12일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지역화폐법은 전국민 25만원 지원법과 함께 26일 본회의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재의 요구권 행사 건의 등 다양한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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