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건 유죄로 구금' 피고인, 변호인 없이 1심…대법 "소송행위 무효"

"국선변호인 선정, 유죄판결 피고인도 포함"

항소기각에 "원심 파기…사건 다시 심리해야"

[서울=뉴시스]최서진 기자 = 유죄판결이 확정돼 구금 상태에 있는 피고인이 변호사 없이 다른 사건 1심 재판을 받았다면 일체의 소송행위는 모두 무효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A씨의 사기 혐의 1심 유죄 판단을 유지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2022년 3월 소개팅 앱을 통해 알게 된 피해자 B씨를 만나며 실제 소방관으로 근무한 적이 없는데도 소방관 제복을 입고 만나는가 하면, 위조된 공무원증 사진을 전송하는 등 소방관인 것처럼 행세하며 교제했다.

또 B씨에게 기름값 13만4000원을 대신 내달라고 하거나, 어머니가 아프다는 이유로 현금 15만원을 빌려달라는 등 재산상 이득을 취득했다.

공문서위조죄로 유죄가 확정돼 구금 상태였던 A씨는 해당 사건으로 별도의 1심 재판을 받았다.

1심은 A씨가 변호인을 선임한 적이 없는데도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지 않은 채 개정해 증거조사 등을 심리하고 벌금 1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에서 A씨의 항소는 기각됐다.

대법원은 원심의 조치에는 소송절차가 형사소송법을 위반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재판을 다시 진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형사소송법 제33조 제1항 제1호는 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사유 중 하나로 '피고인이 구속된 때'를 명시하고 있다. 이를 두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5월 "피고인이 별건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집행되거나 다른 형사사건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되어 그 판결의 집행으로 구금 상태에 있는 경우 또한 (국선변호인 선정사유로) 포괄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형사소송법에 정해진 필요적 변호사건에서 피고인이 변호인을 선임한 적이 없는데도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지 않은 채 개정하여 이루어진 제1심에서의 증거조사 등 일체의 소송행위는 모두 무효"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1심의 잘못을 간과한 채 1심이 채택해 조사한 증거들을 바탕으로 사건을 심리해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했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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